본문 바로가기
알아두면 쓸모있는 것들/미술, 디자인, 패션

배가본드 - 동양화의 미가 담긴 만화 Vagabond

by 누커 2017. 10. 17.
반응형

배가본드는 슬램덩크의 작가 다케히코 이노우에 가 연재중인 만화다.
이 작품은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인 실존인물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를 픽션과 버무린 만화다.
난 사무라이 같은거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의 똘아이적인 기질이 바로 사무라이 정신으로 부터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배가본드를 접한 것은 몇년 전이다. 시간을 죽일일이 생겨서 만화방을 가게 됐는데,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신작이라고 해서 보게됐다. 첨엔 살짝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앞서 말햇듯이 사무라이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일본말이 넘쳐흐르고 곳곳에서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 똘아이 기질이 묻어나와서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도 배가본드의 단행본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열혈애독자가 되버렸다.

 

다케히코 이노우에는 좋은만화란 어떤 만화인가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적이 있다.

 '주저리주저리 설명해주는 만화보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만화가 좋은 만화다'

슬램덩크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슬램덩크에선 주인공들의 속마음을 직접 본인의 입으로 주절주절거리는 전지적작가시점 이기도 하지만 상당부분 3인칭 시점이다. 그리고 이런 저런 설명보단 한컷한컷의 그림들로만 주인공들의 감정을 표현할때가 많다. 얼마나 큰 감동과 환희가 주인공들에게 밀려오고 있는지, 안감독이 얼마나 제자들을 아끼는지, 강백호가 무엇때문에 슬퍼하는지 채치수가 얼마나 심란한지, 서태웅과 강백호가 맨날 싸우지만 마음속 씀씀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등등 곳곳에서 대사로 설명하기 보단 그림만으로 모든것을 설명하는 부분이 다케히코 이노우에 만화의 특징이었다.




배가본드는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이런 특징. 생각하는 좋은만화의 특징이 크게 증폭되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만화다. 사무라이의 일대기를 그리다보니 생과사를 결정하는 찰나의 순간에 흐르는 극도의 긴장감, 죽음에 대한 공포, 혼란함과 자아성찰, 사랑, 삶에 있어서의 크나큰 선택의 순간 등에서 다케히코 이노우에는 주인공의 심리를 일일히 글로써 대사로써 설명하기 보다는 그림을 통해서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써 동양화의 기법을 택했다.




다케히코 이노우에가 벽에 그린 그림











다케히코 이노우에가 벽에 그린 그림













동양화의 여백의 미, 단아함, 고요함 등의 느낌은 무사의 정신수련, 고요하고 아름다운 산의 풍경, 수련중 무언가를 깨달은 상태 등의 느낌을 표현했다. 동양화의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퍽퍽한 붓과 먹의 느낌은 물흐르는 듯한 검과 무사의 움직임을 곡선으로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둔탁하고 힘이 넘치는 느낌을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과장된 동양화의 붓터치의 기법은 생과사를 넘나드는 무사들의 살기를 느끼게 한다. 죽음의 공포를 표현할때도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를 표현함에있어서..  지저분한 붓에 먹물이 잔뜩 묻은 것으로 휘갈긴 듯한 그림은 어떠한 글씨 없이도 그 사람의 공포심을 느낄수 있는 멋진 그림이다. 일일이 모두 설명할수 없을 만큼 많은 동양화의 기법이 배가본드에서 사용됐다. 어떻게 이 생각을 했을까 동양화 기법으로 만화라니....








다케히코 이노우에는 동양화가 만화에 이런 기법으로 사용될수 있다는 교과서적인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만화를 만들어 가는과정에서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동양화의 기법은 배가본드라는 만화 안에서 아름답고 멋지다. 자신의 조국 일본의 자존심인 미야모토 무사시를 주제로 삼은 진중함, 역사를 고증한 탄탄한 스토리라인, 이를 받쳐주는 한컷한컷의 배치와 동양화틱한 그림들, 슬램덩크에서 보여줬던 유머러스함.  이 모든것들이 복합되어진 배가본드는 만화가 아닌 작품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