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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것들/경제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vs '신자유주의' 제2라운드를 알리는 책.

by 누커 2017.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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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수정자본주의를 나름 흥미롭게 공부했던 나로서는 신선하진 않았지만 재밌게 풀어놓은 책이라 그런지 읽을만 했다. 사마리아인 어쩌고 하는 그 책은 어떤 책인지는 알고있었지만 읽지는 않았는데... 요 책은 읽게됐네.. 쉽게 풀어놓은 경제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서는 언제나 흥미롭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꼬집음이 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닌데, 그래서 인지 한국에서의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불리우는 집단에서 극명하게 나뉜다. 대부분의 정책결정자 집단과 교수집단은 장하준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적절치 못한 비유, 근거, 예시라고 비판한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15년 전만 해도 10명중 9명은 미국유학파들이었다. 미국의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시장정책이 진리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강단에 서왔고 그들에게 경제학을 배워온 한국의 대학생들 역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 신선하게 느껴질것이다. 사실 유럽에선 이미 20년 이전부터 자유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키워왔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시작된 이런 흐름은 한국에서는 통용될수가 없었다. 대학강의에서도 다른 관점이 있다는 정도의 수준이었다.(적어도 내가 다닌 학교에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경제판은 미국파들이 장악하고 있고, 그들의 머릿속에서 미국 경제는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인해 가능했다 라는 것으로만 가득했으니까.

 

장하준 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경제학계의 큰 화두인 강제력을 가지는 공권력의 시장개입수준에 대한 논쟁의 불씨를 다시 한번 붙인듯 하다. 지난 20년간 논쟁의 중심에 있어왔고, 1Round 에선 작은 정부의  판정승으로 현재까지 버텨왔으나 지난 3년간 북미와 유럽을 뒤흔든 금융위기로 인해 제2Round가 시작될 적절한 타이밍에 2Round 공을 울린 책이 아닐까.ㅎ  경제학자들간의 싸움의 핵심은 부격차가 증가하고 소외계층 발생등. 사회, 경제, 정치, 문화에 걸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격차의 폭을 줄이면서도 시장기능이 역행하지 않도록 권력이 시장에 간섭을 어느정도 수준으로 행사하고 어떻게 재화를 분배느냐이다. 이 수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많은 학자들이 이 통제, 관리 수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나,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 하면서 시장기능을 원활하게 조정할수 있는 그 정도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너무나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존재하기때문에  사실상 전세계 국가들이 가지는 공통된 난제다. 신자유주의의 전파국?? 이라 할수있는 미국 조차도 성공적인 조정은 하지 못하고 있다. 엄청난 수의 빈곤층 그로인한 마약, 매춘산업의 증가, 허술한 의료, 복지 시스템, 모기지론으로 시작된 현재의 금융위기....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있고 제로섬을 주장하는 완전 자유주의자들도 있으나 현재 학계에선 머...;; 큰 설득력은 얻지 못하고 있고....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신자유주의 적인 흐름은 거스를수 없는 흐름이므로 다채널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 함으로써 신자유주의가 가진 문제점들을 최소화 하자 는것이 일반론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일반론이라는게 정말 무의미 할 정도로 입장의 차이가 커서 일반적이라고 말하기도 모호하다. 그래서 양측의 논지를 들어보면 양쪽다 타당한 부분이 상당수다.

어제인가 KBS '책읽는 밤' 에서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다뤘다.
패널들의 주장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이런 주제로 발언이 이어졌다. 장하준 교수와 같은 견지를 지닌 수정주의자에 가까운 패널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정도를 어떻게 결정할것인가? 그것은 사실 경제논리만 가지고는 할수없다. 많은 부분 정치논리가 개입된다. 사회공동체에서 보편타당하게 인식되는 정도에 따라서 구성원들의 이해와 이익을 대변할수 있는 수준의 경제정책이 결정된다는것. 예를들면 아동노동은 경제논리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적은돈으로 오랜시간 노동력을 획득할수 있기때문에,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것을 '학대'로 인식한다. 그래서 최저임금 또는 나이제한등 법적으로 제한 한다. 경제논리에 따르면 현재의 청년실업은 그들이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고 시장의 요구가 그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사회에서 개개인의 이익과 행복이 곧 그 사회의 이익으로 대변될수 있기 때문에 공공선을 위해서 정부가 투자를 하고 특별법을 제정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라고 한 패널이 주장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신자유주의자 이신 패널이 이렇게 말했다. '정부개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제논리는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 의해서 좌우 되어야 한다. 정치논리가 개입되는 순간 그것은 시장의 기능을 잃어버릴수 있다.' 정말 양쪽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현재 EU에서는 현재의 금융위기가 유로통화zone에 대한 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제도적 보완을 서두르고 있다. 조금더 진보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펼칠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어떤가? 그들의 의지는 지금까지의 미국의 정책기조인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수 없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 여전히 대부분의 정책결정자 및 많은 학자들이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듯.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금융위기로 세계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등장한 각성제라고 해도 될까?  이 책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정책결정성향이 변화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론 회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이념이 굳건히 자리하고있는 한국사회에서 이미 화두가 되어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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